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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당한 여자
나의 이야기

내 집을 사게 된 이유

by 당당한여자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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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이사온지 1년하고도 3개월째다.

지금 생각해도 내 자신이 놀랍고 자랑스럽다.

남편 도움없이 나 홀로 했으니까 말이다.

남편은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뭔가 검색하는 것도 잘 못하고 알아볼데도 없었다.

남편이 도움을 준 것이라고는 남편명의로 집을 사면서 은행에 가고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동의한 것뿐

 

원룸에서 10년이 넘게 살았고 몇번 집주인이 바뀌었다.

처음엔 전세 2500이었고 반전세 보증금1500만원에 월 20만원에 살고있었다.

남편의 무직생활이 길었고 최저임금도 못 버는 택시기사생활을 몇년 했다.

나도 중소기업 관리부에 다니며 200만원 가량의 월급만을 받았었다.

 

남편은 나의 권유로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지게차 자격증을 따서 조그만 회사 지게차기사로 1년 남짓 다니고 있었다.

남편도 초보지만  200만원 정도 받아오니 돈이 조금씩 모여졌다.

 

어느 날 우리 집 외에 열 몇 채의 원룸이 동시에 경매에 들어갔다.

집주인이 한 사람이었다. 아이러니하게 서울 유명한 로펌 변호사이었다.

다행히 임대차보호법에 보호받아 보증금은 되찾았다.

하지만 이 낡고 좁은 7평 원룸에서 살기 싫어지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울컥 치밀어올랐다.

여기서 계속 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보금자리론이었다.

남편과 나의 수입이 디딤돌대출을 받기에는 조금 초과되었다.

알아보니 70%정도 대출이 가능하고 30년만기 연이율2.8% 정도면 월 193,000원이면 될 것 같았다.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매매계약서가 있어야 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은행으로 알아본 결과 비싸지 않은 20평짜리 아파트라 대출이 확실히 승인날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차피 월세 20만원이나 대출이자나 비슷하니 집값이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남편은 30년동안 갚아야 하는거냐고 바보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설명해줘야 했다.

매월 나가는 원리금이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기한을 길게 잡은거지 30년동안 이 집에 살아야 하는게 아니라고 ㅠㅠ

중도상환위약금이 3년 지나면 없는 거라고.

 

어차피 둘이 사니 클 필요 없고 여유돈도 많이 없어 여유돈 한도 내에서 몇 군데 아파트를 알아봤다.

시청 주변이고 큰 도로와 가깝고 아파트촌에 초등학교도 있어 크게 오르지 않아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구축 계단식 아파트를 급매로 싸게 샀다.

끝에 1호 라인이지만 다행히 윗풍이 전혀 없고 시끄러운 집도 없었다.

뒷베란다에 세탁기도 안 얼고 방 2개에 거실과 부엌이 좁지만 오래 살수 있을것 같았다.

100프로 만족하지는 않지만 90프로는 만족하고 있다.

 

남편과 나는 장사의 실패로 무기력과 게으름의 늪에  빠져 하루하루 살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실행력은 나았던 것이다.

 

이사온 후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구입하고 꾸미고 정리하면서 정이 들어갔다.

청소도 열심히 하고 뭐가 묻으면 바로 닦는 습관도 생겼다.

내 집이기 때문이다.

 

나이 50이 되어서 다시 내 집을 가졌다.

매년 친정에서 빌린 돈도 조금씩 갚아나갈 것이라는 희망도 있다.

사람은 끝까지 살아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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