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사날이 며칠 안 남았다.
세달전부터 집 알아보면서 이사갈 준비를 했었는데...
지금 옥션 장바구니에 무려 70개가 담겨져 있다.
선택의 시간들이 그만큼 많았다.
다 주문할 건 아니고 사고 싶은 품목의 모양이나 가격 등을 비교하려고 담아놓은 것이다.
이사날 일주일 전에 바구니 20개와 박스 9개를 받아두었다.
바구니에 짐을 담으면서 버릴것은 버리고 했는데도
15박스나 채웠다.
남편이 책을 가져가자고 해서 담아보니 6박스나 되었다.
책장도 가져가자고 했는데 책을 꺼내보니 들떠서 못가져가게 되자
이번엔 이사가서 책장을 사자고 한다.
책장 놓을 자리도 없는데
10년이 넘도록 책도 안 읽는 인간이
책이 무거워 바닥에 책을 한층 담고 위에는 가벼울 짐으로 채웠다.
나는 안 쓰는 그릇들을 버리고 싶었는데
남편은 나중에라도 쓸지 모르니 그릇들을 못 버리게 했다.
집들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요리라도 해서 자기네 식구들 불러서 밥을 하라는 건가?
그릇진열장도 버리는데 그 그릇들을 어찌 다 가져가라는 건지 답답하다.
그나마 내가 버린 그릇들을 옆집 아줌마가 골라 가져가는 샹황에서 남편과 싸울수 없어서 답답했다.
박스의 바닥면을 테이프로 십자모양으로 붙이는 작업부터 남편은 답답했다.
하긴 바구니와 박스의 차이도 모를것이다.
2번이나 3번 테이프로 붙여야 하는데 남편은 똑같은 자리에 붙인다.
가운데 한번 붙이고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여서 한번, 왼쪽으로 치우쳐서 한번
이렇게 넓게 붙여야하지 않겠는가?
가운데만 세번 붙인다.
이사짐센터에서 이불이나 옷을 싸라고 큰 노란봉투를 2장 줬는데
그거로는 부족할 것 같아 김장봉투 특대사이즈로 10장을 더 샀다.
김장봉투에 이불을 적당히 넣고 비닐입구에 청소기 흡입구를 넣고 손으로 꽉 밀폐시키고 공기를 빨아들이면 공기가 빠지면서 압축팩처럼 되었다.
남편은
그게 되겠어? 하면서 미심쩍어했다.
압축팩처럼 되어 부피가 줄어들면 재빨리 청소기 흡입구를 빼고 꽈배기처럼 꼬은 뒤 고무줄로 세게 묶어주었다.
나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쭈구리고 앉아서 하니 다리도 아프고 팔과 어깨가 아팠다.
남편은 그저 서서 옷들을 나에게 건네주기만 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들어서 박스에 넣어주면 좋을텐데 그저 보고만 있다.
정말 나같은 사람 한명만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어찌 그리 몸뚱아리가 느려터진지
결국 이번 글도 남편의 욕으로 끝난다.
미리 준비하고 빨리 하고싶은 나
닥치서야 하고 무슨 생각으로 행동하는 지 모르는 남편
이렇게라도 욕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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